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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매일신문칼럼-함장수 이야기 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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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종문 | 조회 | 1720 |
| 작성일 | 2007.05.18 오후 7:06:52 | ||
| 첨부파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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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이사도 하고 결혼도 하는 좋은 계절 이지만 날(日)은 잘 잡아야한다. 2002년 11월10일. 대구시 수성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 양복입은 청년 5명이 모여 있었다. 결혼을 앞둔 친구의 함을 팔기 위해 모인 이들이 말(馬)에게 광목 두루마기를 입히고 준비한 오징어 마스크를 꺼내 본격적인 행진을 시작할 때가 4시 무렵. 이시각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는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는 초반부터 난타전으로 시작해 4회 역전에 성공한 삼성라이온즈가 한점을 앞서고 있었고 5회 말 공격이 진행중이었다. “야야 빨리해 빨리” 마부가 서둘러 동료들을 재촉했고 이어 함성이 골목으로 우렁차게 울리기 시작했다. “함사세요,함 함을 사세요” 골목 끝에서 마부와 동료들은 서둘러 움직였지만 정작 가야할 말은 느릿느릿 뒤를 따랐다. “야 이친구야 지금 가야 돼” 마부가 말(馬)에게 독촉했다. "그래도 함인데 막 갈순 없잖아.“ 말(馬)이 버텄다. “야 그러다 역전되면 어떻게 해” 동료들이 재차 다그쳤다. “설마, 지기야 하겠어?” 말(馬)이 여전히 버텼다. “에이 병살타 됐잖아. 준혁이가 병살타 쳤어.” 귀에 리시버를 꽂고 중계방송을 듣고 있던 마부가 퉁명스럽게 말(馬)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여느 함파는 장면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함사는 집이 다름아닌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김재하 단장의 집이었고 함가는 좋은날에 한국시리즈 6차전이 벌어져 이기고 있을 때 빨리 함을 팔아야 할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옥신 각신 하는 사이에 4시 15분이 됐고 어느듯 함은 대문 10m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제 함 사라고 한번만 외치고 점잖게 집 안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시각 야구장에서는 조인성의 타구가 중견수 박한이 앞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야 동점 됐어 동점. 어떻게 하지?” 함 사라고 막 외치려는 순간 마부가 눈을 똥그랗게 뜬채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진게 아니잖아. 투아웃이니까 잠시 기다려봐” 그들은 대타로 나선 LG 김재현의 타격이 아웃으로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라디오 중계방송을 듣던 마부의 표정은 일순간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2타점 좌중간 안타래... 거봐 조금만 일찍 들어갔어도... ” 모두가 원망스런 표정으로 말(馬)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넋이 나간듯 아무도 말이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며 선채로 30분이 흘렀다. “두점 더 줬어 이제 9:5래” “몇헨데” “8회초” 다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 졌다고 생각했다. “하필 오늘 날을 잡아가지고...” 누군가 투정하듯 한마디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 답답하기는 똑같은 심정이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6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어둠이 깔리면서 싸늘해진 골목에서 다섯 사나이는 쪼그리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 리시버를 빼고 다 같이 라디오를 들었다. 이제 달리 해야할 일도 없었다. 지면 지는대로 함을 건네고 조용히 뒤돌아 사라져야 할 판이었다. 9회말 1사 1.2루 이승엽의 타석이 되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1초가 한시간 같이 느껴지는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분후 그들은 괴성과 함께 부등켜 안았고 골목안 이웃집 창문들이 열리면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극적으로 길일(吉日)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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