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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신문칼럼-3루런너 코치의 숙명
작성자 최종문 조회 1950
작성일 2007.05.18 오후 7: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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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경기는 수없이 많은 선택의 점철로 된 멘탈스포츠다.
매순간이 선택의 기로에 선 노심초사의 연속이며 그 결정은 승부와 직결된다.
야구에서 감독과 수석코치 다음으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은 어디일까?
3루 런너 코치의 자리다.
우선 상황에 따라 감독의 지시를 받고 선수에게 블랙 시그널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때는 아군에게는 가장 알기 쉽게 적군에게는 알아챌 수 없도록 어렵게 내야하는데 그렇게 하기위해 여러 가지 위장된 제스츄어를 혼합하는데 그래서 이를 블랙시그널이라 한다.
보통 일년동안 네가지 정도의 싸인을 정하고 매경기마다 한가지를 선택해 사용하는데 생각보다 싸인미스가 많이 나오므로 늘 곤욕스런 순간이 발생한다.
그다음은 미리 대비해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점수차와 아웃카운트. 주자상황과 주자의 빠르기.수비수의 송구능력은 기본적인 사항이고, 타구의 강도와 코스및 수비수의 위치파악, 바람의 세기와 방향. 구장의 크기와 그라운드 컨디션. 상대팀의 중계플레이 시스템과 주자의 센스능력등도 감안해야할 요소다.
이사항들은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순간적으로 결정에 이르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미리 머릿속에 밑그림을 그려둔 예측된 준비에 의해 좌우된다.
그만큼 많은 예측을 준비해 안전 운행을 해야 하므로 얼마나 골치가 아플까 짐작이 간다.
문제는 공보다 사람이 빠르지 않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면서도 최종판단은 최대한 늦게 해야 하므로 긴박한 상황에서는 정말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룰은 있다.
무사에는 100% 안전한 상황에만 득점으로 연결시키고 1사에는 50%정도의 성공확률로 도전한다. 이때는 송구가 정확하게 들어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니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2사에는 다음타자가 안타를 칠 확률과 외야에서 정확한 송구가 들어올 확률로 결정한다.
당연히 안타가 나올 확률이 적으니 무리하게 승부를 거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포수가 공을 잡고 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되면 유능한 3루 런너 코치가 될 수 없다는 야구격언도 이때 만큼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역적(?)으로 몰리는 운명적인 처지니 괴로운 자리인 것이다.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은 경기내내 비가와 잠실야구장이 물이 찬 논바닥 처럼 되었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워 상황에 따라 경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중요한 경기가 되었다.
3점을 뒤진 8회말 삼성의 공격. 선두타자 신동주가 에러로 출루하고 박종호의 볼넷으로 무사1.2루의 상황. 삼성은 1루주자를 강명구로 교체했고 후속타자 조동찬이 우전안타를 쳤다.
땅이 질어 신동주가 빠르게 질주하지 못해 류중일 3루 런너코치는 심정수의 어깨와 3점이란 점수차를 감안 주자를 안전에게 3루에 세웠다,
무사 만루를 만들어 대량득점을 노리는 전형적인 전법이었는데 이순간 너무나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홈송구를 포기한 우익수 심정수가 2루로 천천히 송구하는 사이 2루를 돈 강명구가 3루로 향해 전력질주를 해버린 것이다.
경악속에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류중일코치는 아연실색 하얗게 질려버렸다.
반드시 앞주자를 보아야 하는 주루의 법칙을 깜박한 댓가로 결국 삼성은 8:7로 패배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 류중일코치는 사표를 준비했다.
주자의 잘못도 결국은 주루코치의 책임이 절반이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사표는 지인의 한마디에 의해 주머니 속에서 반려되었다
“옷벗고 나가면 도망가는 것이고 다음에 우승하면 그 빚을 갚는 것이다.”
절치부심 노력한 류중일 코치는 이듬해 우승으로 그 빚을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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